“이...... 이건......”

남자는 자신의 앞에 놓은 검은색의 자그마한 뚝배기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뚝배기의 내용물은 반쯤 이미 사라졌으며 남자의 눈가에는 자그마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말...... 말도 안돼! 내가...... 내가 순두부찌개에서 신세계를 볼 줄이야...... 뭐지 마약이라도 들었나......!?”

 

조용히 수저를 입으로 옮기던 여자는 남자를 째려보며 “빨리 입 다물고 처먹지 않으면 패버리겠다.” 라는 친절한 사인을 하고 계속 식사를 들었다.

남자는 두공기째 밥을 먹으며, 밑반찬을 하나하나 집어먹을 때마다 수십까지의 표정이 왔다 갔다 했다.

진심으로 남자는 감탄하고 있었다.

처음 여자를 따라 이 식당에 왔을 때 남자는 식당에 대한 점수를 매겼다. D-

그리고 앉자마자 밑반찬이 바로 나왔을 때 남자는 콩나물 무침 하나를 집어먹고 난이도를 즉각 B로 올렸다.

그리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나온 순두부찌개 뚝배기를 먹고는, 살짝 잠시 동안의 기억이 날아갈 정도였다.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

이건 음식이라는 이름의 살인이야! 라고 남자는 생각하며 계속 밥을 먹었다.

 

여자는 정말 정확히 식사를 다 비우고는 수저를 내려들었다.

그리고 수시로 오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남자도 그것을 힐끔 힐끔 보려했지만 여자는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

남자가 식사를 다 마치자마자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나왔다.

그저 평범한 커피믹스일게 분명한데도 남자는 뭔가의 엄청난 기대를 했고,

그의 기대는 적중했다.

그리고 그는 음식 맛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슈퍼컴퓨터급 이상의 천문학적 계산이 분자단위로 요구되는 계산......

‘물 조절’ 이었다.

님지는 식사를 다 마치고 중얼거렸다.

“이정도면 정말...... 마력이 깃들 정돈데...... 정말 엄청난 요리였어. 물 조절로 이정도의 요리가 나오다니......”

 

여자는 PDA의 화면을 또각 또각 터치하다가 고개를 홱 올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역시...... 나조차도 5번 이상 먹고 나서야 안 사실인데...... 너를 여기 데려오길 잘한 것 같아.”

 

남자는 미소 지었다.

“우연입니다...... ‘회장님‘.”

 

여자는 한쪽 눈썹과 미간사이를 찡그리며 PDA화면에 눈을 묻은 채 대꾸했다.

“이런 장소에서 그 칭호 좋지 않아요, ‘정보부장님‘”

 

남자는 못 말리겠다는 듯 여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 이름 불리는 것 싫어하지 않았나? 게다가 지금 이름은 나도 모르고.”

 

여자는 예의 그 자세로 말했다.

“무슨 헛소리야?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내 이름이었어.”

 

그리고 여자는 테이블 밑으로 남자의 정강이를 결국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총 집어넣어’.”

 

남자는 멋쩍었고, 왼쪽 소매에 있던 작은 권총을 빼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사과의 의미로 줄게.”

 

여자는 말했다.

“필요 없네요. 오른쪽에 있는 건 언제 치울 거야?”

 

남자는 또 한 번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미안해, 멕시코에서 한번 당했었거든...... 3시간이나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어. 멍청하게도.”

 

여자는 눈길한번 남자에게 주지 않고 계속 PDA를 탭핑했다.

"당신 일이야 뭐 그렇지……. 아니면 당신이 내 대신 지금 내가 하는 이 짓거리 대신해준다면 내가 당신 일을 할 의향이 충분히 있어.“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회장님, 회장님이 그 일을 관두시면 우리 회사는 몰락의 길로 갈 겁니다.”

라고 말하며 풋. 하고 웃었다.

 

여자는 PDA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쓴 듯 안 쓴듯한 그녀의 안경을 벗으면서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상당히 능숙하고 과감하게 지압하는걸 보니 평소에도 이렇게 많이 하는구나. 하는 것을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멕시코에선 누굴 만났기에, ‘적’에게 속으셨나……? 난 아닐 테고……. 짐작 가는 사람이 없네.”

 

남자는 예의 그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흔들며 말했다.

“그을쎄에~ 누굴까요오오~”

 

여자는 자연스럽게 남자가 내려놓은 권총을 집어 들고 탄창을 분리해서 탄이 있나 확인한 후에 안전 고리를 해제하고 노리쇠 뭉치를 잡아당겨 고정시킨 후에 탄창을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찰캉 하는 맑은소리가 나며 탄창이 빨려들었고 분리되어있던 덮개들이 순식간에 정렬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권총 관리가 깨끗하게 잘 되었구나.’ 하고 여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그대로 몇 번의 사격자세를 남자의 미간을 타깃해서 잡았다.

“우...... 우웃 하지 마 그거 위험하다고 !!”

 

여자는 싱긋 미소 지으며 안전 고리를 걸고 권총을 내려놓았다.

“어때 잘하지? 몇 번 연습했더니 그럭저럭 폼은 나더라고...... 폼이 아니고 진짜로 쏴버리기전에 빨리 누굴 만났는지 말해.”

남자는 졌다는 듯 잽싸게 권총을 들고는 탄창을 분리해서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했다.

“으......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스미스 씨로 분장해 오더군.”

 

여자의 미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눈매가 찢어질듯이 위로 올라갔다.

“너어...... 어쩐지 경비가 눈 녹듯이 사라졌어...... 네놈 자꾸 네놈의 취미생활로 회사 경비를 낭비하지 말란말야.”

 

남자는 급히 변명했다.

“아냐 그것은 미래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리고 결과적으로 스미스 씨를 만나지는 않았잖아? 그러니 봐줘.”

 

여자는 낮은 저음으로 말했다.

“닥쳐 이 자식아, 너한테 퍼부은 돈이면 아프리카 대륙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외하고 전부 샀을걸?

한번만 더 이상한 출처불명의 고고학적 유물들을 내 회사 경비로 모은다면 그걸 네놈이 보는 앞에서 전부 부술 거야. 알겠냐?“

 

남자는 질겁했다.

“히익! 안 돼! 내 돈으로 산 것도 있단말야. 한 두 개정도는! 그리고 이번엔 정말 기막힌걸 얻었어. 나중에 보여줄게.”

 

여자는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그나저나 빨리 아까의 이야기나 해봐. '발현'에 관련한 거.”

 

남자는 다시 예의 그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이 사람은 일에 관련되면 완전히 딴사람 같아보였다.

게다가 진짜 무기를 아무런 허가도 받지 않고 들고 다니는데, 너무 적나라하게 들고 다녀서 검문검색을 하는 사람들이 봐도 의아해 하고, 또 이 남자는 그런 상황에선 ‘제가 예인입니다. 몇 가지 보여드리죠.’ 하며 잘도 사람을 죽이는 도구를 가지고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연출을 한다.

두둑한 배짱과, 매사 적극적인 부분, 그것이 남자를 신뢰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었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에 멕시코에 간게 아닌건 알고있지?”

 

여자는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네놈이 언제 나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다니냐? 엉?”

 

남자는 말했다.

“그래도 내가 어디 있는지는 싫어도 알 수 있잖아. 회장님. 아무튼 나는 이번 행선지가 이란이라는 나라였어. 우르 부분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기로 했었지.”

 

여자는 말했다.

“...... 지금도 너의 위치는 이란으로 잡혀. 아까 신나게 PDA로 송수신을 해봤지만 이곳으로 찍히지 않더군.”

 

남자는 물었다.

“보통 그렇게 되면 눈앞에 내가 가짜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게 먼저인것 같은데.”

 

여자는 안경을 도로 쓰면서 천천히 말했다.

“내 재주가 사람 잘 알아보는 거 말고 뭐가 있겠어. 너는 가짜가 아니구나 하고 그냥 아는 거지.”

 

키득. 남자는 웃었다.

“뭐 그렇다면야.

과연 나로 변장할만한 실력을 갖춘 공작원이 나올까.......? 라는 생각도 있었겠지요?”

 

여자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넌 그냥 거짓말을 크게 치는 남자잖아? 뭐가 대단하다고. 아무튼 마저 이야기 해봐.”

 

남자는 다시 말을 했다.

“그...... 그래. 이란은 중동에 있어. 그런데 나는...... 가짜 스미스를 만난 뒤에, 그를 처리하고.

정신이 들어보니 멕시코 산골에서 헤매고 있더군.“

 

남자는 품을 뒤지곤 하나의 기계를 꺼내며 식탁에 올려놓았다.

“자 이걸 봐. 이게 뭐라고 생각해?”

 

여자는 그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 이유인즉 남자가 꺼낸 물건은 여자가 남자 몰래 남자에게 심어놓은

작은 컴퓨터 칩이었다.

이걸로 여자는 남자의 정보와 남자가 무엇을 하는지 훤히 알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 여자는 이 물건을 본 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걸 어떻게 꺼낸거야?”

 

남자는 말했다.

“물론 네가 내 몸에 뭔가 작은 선물을 준건 몰랐던 건 아니야...... 어차피 이런 게 달려있어도 나는 불편하지 않기도 하고,

내 사생활이나 프라이버시같은건 회장 너에게라면 알려져도 좋아. 그런데 이 기계가 말이지.

내가 멕시코로 처음 ‘이동’하게 되었다고 추측했을 때. 최초 착륙지점인 ‘내 발밑’에 있었어.

게다가 보면 알겠지만 반쪽은 없지.“

 

여자는 듣고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PDA를 조작하곤,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칩의 반쪽은 아직도 이란에 있다는 말인가......! 맙소사, 너...... 공간 이동을 한 거잖아? 게다가 이 칩이 갈라진 건 그 증거......”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갈라지기만 한 것이 아니야. 마치 거울처럼 좌우가 뒤바뀌어있다. 칩에 제조된 제조번호를 보고 알아낸 사실이야.”

 

여자는 칩을 집어 들고 확인 한 후 “세상에......” 라고 말했다.

그리곤 오한을 느끼며 자신의 종이컵을 두 손으로 쥐었지만.

그녀의 커피는 차갑게 식어버린 뒤였다.

 

 

계속